환차손 직격탄,
외국인근로자들 심장을 쏘다
요동치며 급등하는 환율 때문에 국내의 기업체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피땀흘려 번돈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들의 한숨을 심층인터뷰를 통해 구성해 봤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그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양산 어곡공단 원광개발의 중국교포 최성암.
"사장님 내월급 반토막 났어요. 연변에 입원한 어머니 병원비 어떻해요"
지난10월1일 꿈에도 그리던 고향 중국 연변에 갔다가 오늘(9일 오후) 회사에 도착한 조선족 출신 최성암씨(34)는 중국에 갔다온 불과 8주일 사이 환율이 15% 이상 급등한 데 경기(警氣) 를 일으켰습니다.
지난 1일 중국 위엔화 환율이 177이던 것이 204으로 8일 사이에 28(15.8%)이나 급등한 것.
귀국 인사차 내방에 들린 그의 남은돈을 보니 한국돈 12만원,중국위엔화는 100-1장,10-3장,5-1장 1-4장 등 모두 139위엔 9장이다.
그에게는 피같은 돈들이다.
우리회사에서 정식근로자로 근무중인 최성암씨는 한달 평균 180만원을 받아 20만원 가량의 각종 공제금을 빼면 160만원 가량을 수령합니다. 운이 좋아 야근이라도 하면 한달에 30만~50만원을 더 받습니다.
그는 평균 120만원 정도를 연변의 어머니(62)에게 송금합니다. 그런데 최근 3달 정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월급은 똑같은데 송금액이 턱없이 줄어들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지난해 연말, 우리회사 입사 당시 중국 위엔화는 환율은 121. 그러다가 올해 5월은 144. 이제 204까지 올랐으니 환율이 무려 68.5%나 상승했습니다.
최성암씨의 허무함을 더하는 것은 연변의 어머니가 대장암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성암씨는 이번 고향방문 때는 위엔화로 환전하지 않고 우리돈 170만원을 가져가 어머니께 드렸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가공금속을 일본,중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이익금이 커지는 잇점이 잇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최성암씨를 보면 대표이사인 저의 마음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회사 재정이 다 나아지면 그에 대해서 좀더 배려할 생각입니다.
# 모텔청소하는 조선족 박옥분씨
"예전에 월급 100만원 받던 것이 이제는 150만원으로 올라야 연변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액수를 �출 수 있으니 어떻하면 좋아요"
경남 양산시 하북면 내원사 입구의 한모텔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중국 연변 연길시 출신 박옥분(58)씨.
그녀는 시쳇말로 "악, 소리난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풀어놓았다. 지난10월1일 한국돈 100만원을 연변 큰아들에게 입금했는데 중국돈으로 바꾸니 5천600위엔 정도였단다.
지난7월만해도 100만원이면 6천800위엔 정도 했는데 3달이 채되지 않아 100만원 기준,1천200위엔(17.6%)나 환율이 폭등한 것.
연변에서 남편을 사별하고 지난2003년에 어렵게 한국으로
돈을 벌기위해 입국한 그녀는 현재는 사는 곳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인근으로 시외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하지만 두아들의 자립을 도와줘야한다는 일념으로 일해왔다.
악착같이 모은돈 2천만원으로 지난2005년에는 연길시에 방3개인 40여평짜리 번듯한 집도 장만했다. 그동안 보낸돈은 큰아들(36),작은아들(31)에게 큰도움이 된 건 물론이다.
그런데 2~3년전가지만 해도 100만원을 송금하면 중국돈 8천위엔 정도 환전하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환율이 치솟으면서 아들들의 손에 쥐는 돈이 줄기 시작해 급기야 소득이 43% 가량이나 감소해 버렸다.
1년 정도 지난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예정인 박씨는 그동안 아들에게 한푼이라도 많은돈을 부쳐주고픈 생각이지만 난 데 없는 환율폭탄에 근심이 가득했다.
얼마전 연변을 다녀온 그녀는 여덟살된 큰손자,손녀 쌍둥이와 돌을 갓넘긴 작은 아들 손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환율 문제로 고민하는 어머니에게 연변의 큰아들은 "어머니 이제는 중국으로 송금하지 말고 일단 한국에서 저축을 하도록 하세요. 당장 돈이 급한 것은 아니니 환율이 안정되면 부쳐주세요"라고 말했다.
# 취재 후기
환율 폭등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중소기업,대기업,금융권 등 국내전반의 경기에 대해 기사를 쏟아 냈습니다.
특히 환차손으로 인해 해외여행사,기러기 아빠,외국교민 등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고통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십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환율폭탄 피해는 언급이 없습니다.
왼쪽은 몽골돈,오른쪽은 네팔돈,위는 달러.
이번 취재과정에 저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철저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 국적 이외의 외국인 근로자 면담을 위해 인근 공장과 심지어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친동생에게도 부탁을 했지만 어렵다는 대답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근로자 당사자가 꺼리는 경우도 있었고 회사에서 혹시라도 골치아픈 치부를 드러내게 될까봐 아예 만나는 것을 막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혹시 싶어 외국인근로자들의 권익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도 귀동냥을 하려 했으나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에 우리는 있습니다. 더더욱 엄청난 숫자의 외국인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다면 우리 경제는 멈출 수 밖에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환율폭등에 어려움을 겪는 그들에게 당장은 도움이되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아픔을 함께하는 동료애를 가져주자는 제안을 감히 해봅니다.
*제 글을 블로그에 뛰운 후 5일후에 조선일보 경제면 B2에 아래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제글의 손님들께서 참고하세요.감사합니다.
7년째 한국에서 식당 일을 하고 있는 중국동포 조모(여·58·서울 구로구)씨는 점포에 들어오자마자 외환업무 담당 박완희 과장에게 물었다. 박 과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 시세표의 빨간 숫자를 보고 계산기를 두드려 환율을 계산했다. "48위안요."(박 과장) "아, 그렇게 많이 올랐어요? 오늘도 돈 못 부치겠네요."(조씨)
조씨는 "중국 하얼빈에 사시는 어머니(90)가 요새 혈압이 갑자기 높아져 몸이 편찮으신데 환율이 너무 올라 두 달째 돈을 못 부치고 있다"고 했다.
고객의 90% 이상이 중국 동포인 이 지점에는 이날 오전에만 10여명의 중국동포들이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러 왔다 그냥 발길을 돌렸다.
김태윤 국민은행 구로지점 중국데스크팀 차장은 "8월에만 해도 중국 동포들의 송금건수가 하루 15~20건에 달했지만, 최근엔 5건 수준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동포는 약 37만83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42%에 이른다.
- ▲ 지난 10일 외환은행 서울 대림역 지점에서 중국동포 조모(여·58)씨가 중국 하얼빈에 있는 어머니께 송금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식당 일을 하는 조씨는 최근 위안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너무 올라 두 달째 돈을 못 부치고 있다고 했다. /김민철 인턴기자(고려대 경영학과 3년)
중국동포 정예림(여·32·서울 구로구)씨는 중국에 있는 시부모님과 어머니, 남동생 그리고 3살짜리 아들 등 5명에게 월 100만원씩 보내던 생활비를 환율 급등으로 두 달째 보내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저녁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24시간 영업하는 서울 강남의 일식당에서 음식 서빙을 하며 한 달에 150만원을 번다.
정씨는 "작년 말에는 한국 돈 100만원이면 7700~8000위안 정도 송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4800위안까지 떨어져 돈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월급이 40%가량 줄어든 셈이다. 오는 15일 비자문제로 중국으로 돌아가는 중국동포 이천우(남·55·서울 구로구)씨는 "매달 120만원씩 중국 연변에 사는 네 식구에게 생활비를 보냈지만, 최근 두 달 동안에는 건설현장 일감도 줄어든데다 환율까지 올라 생활비를 못 보냈다"며 "3년 만에 집에 가게 됐는데 가족에게 줄 선물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원화는 28% 급락한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달러 대비 7.09% 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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