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얼레지의 에베레스트 도전기

히말라야, 내남에서 내몸이 폭발하다

양산 작은 거인 2007. 5. 7. 19:10
 

 

 내남에서 내몸이 폭발하다


 드디어 터졌다. 그런데 왜 이리 편안할까?

 내남에 도착하기까지는 컨디션이 양호했다. 별 탈 없도록 두통약과 설사제까지 먹었건만 고산지대 내남에 도착한 첫날 오후 내몸은 폭발하고 말았다. 점심 때 먹은 것을 마구 토해 버린 것.

 점심은 현지식을 못 먹어 미리 준비한 누룽지 조금과 카투만두에서 구입한 일본쌀 조금으로 죽을 끓여 먹었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더구나 1시간 가량 낮잠도 잤다.

 낮잠에서 깨어난 후 밍마와 마을 구경을 조금하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쬐는 호텔 앞에서 해바라기를 하다.

 

 

  

추위에 떨지 않으려고 옷을 죄다 입었다


 햇빛을 쬐고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머리가 어찌나 아픈지 베이스캠프까지 일단 올라간 후 이상배 대장의 정상등정을 보지말고 중간에 내려와 버릴까라는 졸렬한 생각도 들고, 건강이 영 허락지 않으면 할 수 없이 하산이라는 극약처방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해 봤다.

 몸이 시원찮으니 쓸데없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약해진다.

 이 순간 누가 나를 한대 쥐어박는다면 약자인 나는 속수무책이다.


 양산에서 제법 목소리가 크고 깡이 있다고 하지만 15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세상에 무서울 때가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

지금 순간 내가 무슨 존재의미가 있는가.


 티베트에서는 부와 명예와 권력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다만 잘 먹고 잘 자고 최대한 건강하게 이 험난한 여정을 마치는 것이 우선이다.

 잘 생기고 얼굴화장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몸이 말을 안들으니 세수할 생각이 없어진다.

 특히 더운물 구하기가 어렵다.

 양치질이나 하루 3번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오후 5시 전에 호텔 앞 가게에서 연기가 솟더니 난로를 때기 시작했다. 밍마가 먼저 가본 후 나를 오란다.

 가게에 들어서자 더운 기운이 얼굴을 확 덮고 순간 속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가장 따뜻한 자리에 앉으라고 밍마와 테베트 친구가 권했으나 앉으려다 “욱” 결국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토하고 말았다.

 티베트 사람 5명이 마작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추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례를 했지만 한참을 서서 마작을 보며 정신을 차리니 몸이 약간 회복되었다.

 이 가게에는 외국으로 거는 전화가 가능해 아내에게 전화.

 무례 4번째 시도만에 아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간단하게만 통화. 전화요금은 중국돈 20위엔.

 정신이 약간 맑아져 밍마에게 노트북을 가져오도록 부탁해 글쓰는 작업을 하다.

 

 


■ 노트북을 슬쩍 쳐다보는 티베트의 모자쓴 친구


 앞으로의 내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가변성의 연속이다.

 조금이라도 맑은 정신이 있을 때 써야할 글을 긁적여야 한다.

 에베레스트 가는길, 베에스 캠프, 이상배 대장을 활약상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남기는 게 나의 책임이다.


 어차피 단장 자격은 겉포장이다.

 누가 제대로 알아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하지만 나는 또다시 히말라야 산맥을 굽이쳐 에베레스트 품으로 꾸역꾸역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