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얼레지의 에베레스트 도전기

2007년 에베레스트 죽음의 기록들

양산 작은 거인 2007. 5. 28. 21:13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 쌓인 눈위에 처참하게 죽어 있는 산악인 사진을 보셨습니까?

 올해 에베레스트 본격 등반 시즌(5월10~25일) 동안 에베레스트 ‘죽음의 지대’에서 갖가지 이유로 죽어간 세계 산악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공개합니다.

 이 사진들은 아마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계 최초의 뉴스사진일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특종사진과 기록을 보시겠습니다.


 이번 저의 글은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희귀사진인 데다 많은 분들이 에베레스트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게재를 결정했습니다.

 다른 감정 없이 기록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사진은 제가 단장을 맡은 ‘2007 초모랑마 양산원정대’이상배 대장(54)이 확보한 사진입니다.

 초모랑마란 에베레스트의 티베트 말이며 이상배 대장은 5월17일 오전8시57분(현지 시각) 티베트 루트인 북릉,북동릉을 통해 정상을 정복했습니다. 

 

 

에베레스트 북동릉 등반코스에 죽어 있는 체코산악인.


 중국 영토(티베트)에 속하는 에베레스트 북릉, 북동릉 루트의 캠프 5(8,300m)부근에 숨져 있는 체코산악인 모습입니다.

 16일 촬영한 것 인데 이 산악인은 정상정복을 위해 오르다 고산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아마 정상정복에 집중했으나 체력의 한계에다 고산병이 겹치면서 탈진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 됩니다.

 옆으로는 시체를 바라보며 다른 산악인들은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입니다. 그들의 심경은 아주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보다 훨씬 위쪽인 8,700여m 지점에 있는 일본 산악인 이시이가 사망한 모습입니다.


 

 위의 사진은 이상배 대장이 등반 도중 본 것이고 아래사진은 하산 중 본 모습.


  머리를 아래쪽으로 하고 다리가 정상 쪽을 해서 쓰러져 있습니다.

 숨진 모습으로 봐서 일본인 이시이는 정상등정 후 하산하다 생을 마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정상정복 과정이나 하산 도중 숨지는 산악인 비율이 엇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산하다 다리가 꼬이거나 힘이 부쳐 주저 앉는다면 바로 죽음이 닥쳐옵니다.

 영하 30도 정도의 추위에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정상을 오르내리던 누군가가 흉측한 모습이 보기 싫었든지 아니면 그의 영혼을 위로하려했든지 무슨 이유로해서 눈으로 덮어준 것 같습니다.



 텐트 안에서 숨져 있는 일본인 산악인 무지자키(47)의 모습입니다.

 

 


텐트 안에서 자는 듯 숨져 있는 무지자키와 눈이 덮여있는 텐트 외부 모습.              


자는 모습으로 사망한 무지자키의 얼굴은 왠지 편안해 보입니다.

 머리에 부착된 소형랜턴,손목시계를 찬 손을 베게삼은 걸로 보서는 저녁에 피곤한 육신을 뉘었다가 그대로 영원히 잠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으로 하산하지 못한 통한은 있겠지만 편안한 모습에서 위로를 삼아야 할지....


 그는 K2와 낭가파르밧을 무산소 등정한 제법 유명한 산악인입니다. 시체는 함께 등정에 나섰던 친구 와타나베가 발견했는데 무지자키가 정상 하산 과정에 탈진해 숨졌는지 정상으로 가는 과정에 고산병으로 숨졌는지 원인은 확실치 않습니다. 이유는 무지자키가 셀파도 없이 혼자서 앞서 등반에 나섰고 와타나베가 뒤쳐졌기 때문입니다.

 카투만두에서 만난 여러나라 산악인들 중에도 무지자키가 정상등정을 했다는 말고 있고 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는 등 정보가 잇갈렸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무지자키 시체는 아무도 거둬줄 사람이 없어 텐트안에 그대로 둔 상태에서 모두가 하산했습니다.

 올시즌에 북릉, 북동릉에서 죽은 다른 산악인의 주검 역시 에베레스트에 그대로 놓여져 있습니다.

 그들은 너무 외로워 하늘나라로 가지 못한 채 에베레스트, 히말라야를 떠돌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와타나베가 일본의 무지자키 노모(늙은 어머니)에게 전화했더니 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시체하산에 1천500만원, 화장하기까지 1천500만원 등 총 3천여만원의 돈이 필요하나 그는 독신이었고 노모도 그만한 돈이 없어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다고 합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죽은 흔적을 없애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방치되는 시체가 많습니다.

 친구 무지자키가 사망함에 따라 정상등정을 포기하고 카투만두로 돌아와 저와 식사도 함께하고 자주 만났던 와타나베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올해 등반시즌에도 어김없이 에베레스트에서의 산악인 사망 소식이 잇따랐습니다.

 제가 네팔산악연맹(NMA)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5월26일 현재 에베레스트에서만 사망한 세계산악인은 9명이라고 합니다. 사망숫자에 셀파는 빠져있습니다. 사망 셀파는 2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전체 산악인 9명 중에 티베트 땅 즉 북릉,북동릉에서 사망한 산안인은 4명으로 일본인 2명,체코,이탈리아 각각 1명입니다.

 

 네팔 쪽에서는 산악인 5명이 숨졌습니다.

 

 남서벽에서는 이미 알려진대로 한국의 박영석 남서벽 신루트 원정대의 오희준 부대장(37)과 이현조 대원(35)이 사망했습니다. 그들의 네팔 카투만드에서 화장돼 제가 26일 오후 탑승한 대한항공편으로 고국땅으로 한줌의 재로 되돌아았습니다.   

 저와 이상배 대장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 한후 28일 양산으로 귀향했습니다.많은 산악인들이 진심어린 추모를 하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네팔 남릉, 남동릉에서는 네팔의 경우 여성산악인 1명 등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등정 과정에서 일본인 이시이, 무지자키, 체코인 등 올해 등정시즌 동안 죽은 3명의 주검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고 어느 때 죽은지도 모를 시체 2구를 멀리서 봐야했던 양산원정대 이상배 대장은  “나도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하산할 때 더욱 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매년 10여명 가량의 산악인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모두 13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값비싼 댓가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산악인들이 두려움을 이기며 또다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것은 그 산이 세계최고봉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