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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불견비빔밥 ~한건주의 축제이벤트 때문에 본래 감칠맛 잃을라

양산 작은 거인 2008. 9. 5. 19:42

 

 

 

 

 

 

        

 전국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나 각업종별 단체,학교가 주최하는 축제가 본격화될 가을입니다.

  청명한 날씨에 나들이가 잦아지고 주5일제 근무로 여가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많아지다 보니 지방마다 축제개최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을 주제로한 행사가 지역별로 활성화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한심한 이벤트가 많은 것 같습니다.


 먼저 마산시의 전어축제를 보실까요.

 

1천명분의 전어회 무침

 

 "가을전어 맛을 못잊어 집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

 "가을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맛은 일품입니다.


 마산시는 지난 8월 29일부터 3일간 어시장 일원에서 '제9회 마산어시장 전어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주최측은 개막식에 앞서 '1천명분 대형회무치기'를 통해 이행사의 눈길을 끌려 했습니다.

 무침전어회는 무 등의 야채와 버무리기 때문에 존득쫀득한 본래 전어맛을 잃고 물회 같은 맛을 줍니다. 효과반감이지요.

 3일간 2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경제효과가 30억원에 이른다는데 솔직히 말해 저는 과장으로 보이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먹을거리로 위압감을 주는 다른 행사를 보자.

 전주비빔밥. 숱한 행사에서 주걱으로 들고 비빔밥을 버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유력인사들의 비빔밥 만들기


 지난8월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개막한 '제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에 참석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김형오 국회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이 전주관에서 대형그릇에 담긴 전주비빔밥을 비비고 있습니다.


 비빔밥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올해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도 행사장에서 비빔밥을 비비는 영상과 사진이 올라와 있더군요.

 이는 화합과 중용을 의미하는 것일텐데 실상은 '우리끼리'이니 그 비빔밥이 무의미해졌다고나 할까요.

 

 행사장 비빔밥은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몇인분 인지가 주최측으로서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7월10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가지나물 소비촉진을 위해 마련된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200인분 가지나물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다음은 인삼비빔밥.

 

 

 지난1일 인삼 본고장인 충남 금산에서 개최된 '제28회 금산인삼축제' 국제인삼교역전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인삼비빔밥을 버무리기 전에 포즈(위쪽사진)를 취하고 있다.

 무려 1천500인분.


 무릇 음식은 손맛이 중요합니다.

 옛날 우리들 어머니가 별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뚝딱 음식을 만들어 냈던 것은 손맛이 있어서일 겁니다.


 뭐니뭐니해도 음식은 정성이 담겨야하지요.



  행사장에서 마련된 대규모 음식이 맛이 엉망이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요즈음은 '보이기 위한 음식,과시하기 위한 음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선거로 뽑히는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치적쌓기용으로 행사를 대형화하면서 이런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도 무시 못합니다.

 

충남 당진군이 만든 세계 최대떡

 충남 당진군이 지난해 10월 만든 대형 떡이 세계에서 가장 큰 떡으로 인증돼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홍보를 했습니다.

당진군은 지난해 삽교호관광지에서 개최한 제12회 전국 쌀사랑 음식축제에서 해나루쌀 2500kg를 들여 지름 3.7m, 높이 40cm, 둘레 11.3m의 초대형떡을 만들어 선보였다.


 비빔밥 이벤트 다른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시겠습니다.


한 대학의 축제 행사(위쪽)

     외국인 참가 비빔밥(아래쪽)



 지난 4월 기름오염사고를 극복한 기념으로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마련된 2천인분의 회비빔밥.


 숱한 행사장의 이벤트로 등장하는 비빔밥.

 긴 나무주걱은 배의 노를 연상시킵니다.

 음식을 만드는 기구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슨 무기 같기도 하고.

 해서 저는 이런 장면을  '꼴불견비빔밥'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