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소식

빼빼로 소녀들의 담임선생님 사랑법

양산 작은 거인 2006. 7. 25. 16:34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의 1학기 마지막 날인 7월24일 오전8시20분.

 

 경남 양산시 남부동 양산신도시 내의 신양초등학교 4학년1반 교실 앞. 교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아롬이가 담임인 류복자 선생님의 눈을 가리고 다영이는 선생님 손을 잡고 출입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영이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아이들이 풍선을 터뜨리고 폭죽을 쏘며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친 후 코요태의 ‘빙고’ 등 흥겨운 노래가  MP3 오디오를 타고 흐르는 가운데 흥겨운 박수가 이어진다.      

 

 칠판에는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한 학기 동안 가르쳐 주셔서 고맙고 ♥해요’ 등의 감사의 글이 적혀 있다.

 

 깜짝 놀란 선생님은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감격해 코끝이 찡하다.

 

 위의 글은 제가 딸아이 다영이의 말과 일기를 보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방학식 날 담임선생님을 기쁘게 해주려 이벤트를 마련한 빼빼로 소녀들  

  

 다영이는 11살 짜리 제 딸입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모든 것을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위 ‘하고집이’ 아이입니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은 학부형 선물을 받지 않고 학생들을 공평하게 대하며 매사에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분으로 지역 교육계에서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러니 따르는 제자가 많고 지금 지도하는 4학년1반 학생들도 선생님을 무척 존경합니다.

 

 지난주 딸 아이는 방학식 때 선생님께 감사를 표시해야하는데 어떻게 할까? 라며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11살 여자아이의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의 밑그림이 마련됐습니다.

 풍선을 교실에 붙이고 칠판에 감사의 글을 적고 교실바닥을 꾸미고 등등...

 다음은 함께 실행에 옮길 친구들을 모으는 것. 의기투합한 친구 5명이 머리를 맞댔다.

 토요일인 22일 오전10시30분 딸아이는 학원으로 가고 없는데 친구들이 집으로 딸아이를 찾는 전화를 해왔다.

 교실에 가서 이벤트 준비를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딸아이가 오지 않아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는 모양이다.  딸아이는 11시에 학교에서 만자자는  약속을 했다고 얘기를 했었다.

 아내는 “다영이가 괜한 짓을 한다”며 연신 불평을 해댄다.

 

 집에 가만 있자니 애들이 어떻게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궁금증이 더해  차를 몰았다. 디카를 들고

 4학년1반 교실 복도에서 살짝 쳐다보니 자기들 끼리 열심히 뭔가에 열중이다.

 출입문을 살짝 여니 딸아이가 놀라는 표정이다. 

 칠판에는 분필로 감사의 글과 별, 꽃, 하트모양 등이 가득 차 있고    

 책상 위에서는 3명이서 글라스데코를 꾸미고 발자국 모양도 가위로 오리고 있었다.

  

 

  “이쁘게 만들어져야 할텐데...” 

  

  이어지는 풍선불기, 교실 전체를 꾸미는 주포인트는 풍선이다. 빨강, 분홍, 보라, 녹색 등 오색 풍선들.

  힘들어해서 내가 몇개를 불어줬더니 마냥 좋아한다. 

 

  “얼른 커져라 풍선아,휴 힘들다”   


  풍선을 창가에 붙이고 출입문 바닥에도 붙였다.


 

 

  창가와 출입문 바닥의 풍선   


  들어 오실 선생님이 깜짝 놀라도록 출입문 안쪽에는 풍선을 붙였다.

  아이들은 갑자기 얼굴 앞에 풍선이 나타나면 선생님이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 했다.

 

 

 

  출입문에 풍선을 붙이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고 5명의 빼빼로 소녀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우리가 큰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한 껏 배여있다. 해맑은 소녀들의 성취감.

 

 

  마무리 작업중.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 귀가한 딸에게 이번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물어봤다. 대답은 “풍선 양초 끈 리본 등등을 샀는데 한 2~3만원쯤” 액수가 정확치도 않다. “돈은 몇 명이서 냈니”라며 재차 물으니

“다들 가지고 왔는데 나하고 아롬이가 다 냈다”고 말한다.

  친구들이 똑같이 돈을 거출했을 법 한데 2명만 냈단다. 2명이 욕심을 부려서일까? 아니면 다른 친구를 배려해서일까?

 나는 돈을 딸아이가 많이 부담한 게 궁금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으련다. 딸아이의 행복한 기분을 망칠까봐...


  11살, 빼빼로 소녀들의 선생님 사랑법이 너무 귀여워 나는 아이들이 점심을 사먹으라며 돈을 2만원주기도 했다.

 어릴 적의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 만들기를 바라보는 나도 “저런 적이 있었는가”라며 과거를 반추하는 계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잔치에 잠시 끼여든 철없는 아빠, 며칠간 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