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기억에 남을 글귀로...............
지난해부터 명절이 눈앞에 닥치면 저와 형님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명절음식할 주부도 아니고 보너스를 지급해야하는 사업가도 아닌데 무슨 고민을?
그것은 다름 아니라 아이들에게 줄 봉투에 어떤 글귀를 써 줄까하는 고민입니다.
필자가 집에서 아이들에게 줄 봉투의 글을 쓰고 있다.
저는 오는 18일 설날을 맞아 우리집안 아이들에게 줄 세뱃돈 봉투의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저희집은 3남1녀의 형제가 있는데 아들 3형제 식구들은 명절 때만 다들 모이지요. 저는 둘째인데 모두 두 아이씩를 두고 있습니다.
아이 5명이 지난추석 때 증조부모님 묘소에서.
지난 추석 때 저는 6명의 아이들에게 줄 돈봉투에 글을 적어 갔는데 수필가인 형님은 저보다 훨씬 완벽한 봉투를 준비해 주셨더군요.
이번에 줄 세배돈 봉투의 글귀를 살펴 볼까요.
먼저 제 딸아이(초등 5년).
딸아이에게 봉투를 미리 들어 보도록 했다.
딸을 불러 글귀는 보여주지 않고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글 내용은 “논밭을 일구되 계절을 맞춰야하고 씨를 뿌리되 어떻게 수확할지 먼저 생각해야한다.대충농사를 짓다간 가족을 굶기게 되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조금 무거운 내용이지만 저는 무슨 일이든 철저한 계획과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예능 방면, 영어에 소질이 많은 소위 똑똑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흠이 있다면 약간 덜렁대고 마무리가 소홀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항상 조신하라고 타이르지요.
지난 추석 때 딸아이가 받은 봉투글을 볼까요.
딸아이가 아빠와 큰아빠에게 받은 봉투.
“뭐든지 최고”라는 저의 글은 딸에게 성취감을 키워주려는 것이지요.
큰아빠의 글은 “반기문 전장관은 1등을 놓치지 않았다지? 양산에서도 그런 인재가 나오지 말라는 법 없지. 가을하늘처럼 높은 꿈을 키워나가야지”라며 조카가 큰인재가 되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 용우에게는 부단한 노력과 인내를 강조하는 글을 적어 봤습니다.
아빠의 애끓는 마음을 아들은 알까
아들은 노력이 부족합니다. 세상을 고민하지 않는데 아빠는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요. 겉멋을 부리는 것도 못 마땅하고요.
지난 추석 때 아들에게 저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많은 모이를 먹는다”며 분발을 촉구한 반면 큰아빠는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언젠가는 그 결과가 얻어질테니 너무 염려마 알았지? 노력하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어”라며 약간 용기를 북돋워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형님의 아들(초등 4년) 건우에게는 “용감한 자만이 세상을 얻으리라. 넓은 세상을 나가 부딪쳐 싸워라”며 좀더 용감한 어린이가 되길 주문하고 동생 둘째딸(초등 입학생) 여진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더욱 즐겁게 해드려 두분 오래사시게 하렴. 공주는 즐거워”라는 글에 아이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유아틱하죠.
건우와 여진에게 보내는 메시지.
지난 추석 때 건우에게 건네진 글귀.
좋은 글을 받아들고 마냥 기쁜 건우.
저는 “듬직한 장손”이라고 쓰고 아빠는 “때로는 과감해질 필요도 있어.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러니 언제나 자신감을 가져 알았지”라고 모진풍파를 이겨낼 과단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조카 용우는 약간 소신남입니다. 그래서 아빠와 삼촌이 용감한 아이가 되길 바라고 있지요.
동생 둘째딸 여진이는 가장 막내입니다.
집안의 막내 여진이.
지난 추석에 나는 “깜찍, 새침이, 사랑받는 아이”라고 썼고 큰아빠는 “네 볼살은 백만불짜리야”며 귀여운 아이임을 나타냈습니다.
동생 맏딸 여경(초등6년)에게는 “사랑하고 웃고 울고 공부 열심히 해서 엄마보다 더 나은 캐리우먼이 되길”이라며 대견함을 격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안 최고참 예슬(고3).
이번 설날 저는 “한송이 국화꽃은 혼자힘으로 피지 않는다. 해, 비바람과 잘 어울린 결정체”라고 훈수를 뒀습니다.
예슬이와 여경에게 쓴 나의 글.
동생의 맏딸 여진이는 직장생활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잘 챙겨주는 애어른입니다.
언제나 의젖한 조카 여경이.
지난 추석에 저는 “엄마보다 의젓하고 착한 맏딸”이라고 적었고 큰아빠는 “동생도 잘챙기는 어른스러운 아가씨.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좋아.피아노 연주 한번 듣고싶은데...”라며 귀여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중의 최고참인 예슬이는 태어나자마자 생사를 넘나드는 위중한 병을 앓아서인지 자기중심적이어서 남에 대한 배려가 약하고 노력이 부족합니다.
최고참 예슬이에게 쓴 아빠와 삼촌의 글.
지난 추석에 나는 “남을 사랑하는 자만이 남으로부터 큰사랑을 받는다”라며 따뜻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 및 사물을 보길 권했지요.
딸에 대한 절절한 연민의 정을 가진 아빠는 “꿈을 이루기 위한 종이배의 항해. 때론 거친 물살을 헤쳐 나가야 드넓은 바다에 다다를 수 있어. 너를 믿는다”라고 적었습니다.
지난 추석 가족들이 성묘를 하는 모습.
요즈음 아이들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살다보니 세뱃돈도 액수의 많고 적음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돈도 좋지만 어른들의 따뜻한 글귀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자 이번 설에는 자녀들에게 글로써 마음의 따뜻함을 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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