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소식

닭을 죽여야 하는 공무원이 피로 쓴 殺處分歌(살처분가)

양산 작은 거인 2008. 5. 20. 17:22

  

 

  습관처럼 인터넷을 하면서 양산시청 공무원 홈피를 살펴보다가  내머리를 멍하게 하는 글귀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殺處分歌.

양산의 AI(조류인플렌자) 발생과 관련해 직접 매몰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의 탄식과 닭에 대한 미안함, 축산농에 대한 연민의 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글쓴이는 익명으로 처리하니 누구인지 정확한 신분을 알 수 없지만 그냥 지나치기 너무 아까워 내 블로그글로 각색을 해봤다.


 참고로 이 글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양산시지부' 홈피에 5월19일 오후7시32분에 게재돼 있다.


 사진은 다음 블로그의 '거꾸로 보는 세상'의 운영자에게서  메일로 받고 기존에 있는 그의 사진을 다운받아 살처분가와 각색을 했음을 밝혀둔다.


殺處分歌 10개 단락으로 된 시조인데 표현이 너무나 기가 찰 정도로 멋집니다. 

 

현재 양산시는 정부의 공무원 정원조정 지침에 따라 930명의 정원을 강제로 79명을 줄여야하는데 처음에 당연히 줄여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제가 주변 공무원들로부터 살처분현장에서의

고통을 전해 듣고 특히 이 살처분가를 보고나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殺處分歌> 

 

겨우넘긴 타미플루 매스껍고 어질한데

청정란 생산장소 석회가루 휘날리네

아는가 알파벳AI  이곳이 살처분장 

 

 

*양산시 상북면 내석, 외석, 좌삼리 일대 양계장


 

 *살처분 참가자에게 지급된 타미플루 현장투입후 ~10일간 복용해야한다.


입었네 방제백의 안전할까 바이러스

마스크는 답답하고 뿔 안경 희미하니 

차라리 벗어뿌리자 새보다 약할소냐 

 

 

  

 *공무원들이 방제복을 입고 있다.


끝없는 양계막사 들어서니 요란하네

알기는 하는지 오늘이 그 날인걸 

무심한 꼬꼬댁 소리 무정란은 유심할까

 

 


 

 *살처분 직전의 양계들

 

슬며시 집어넣네 코팅장갑 위장殺手

내민 手 차갑지만 잡힌 足 따뜻하네

눈뜨고 차마못할 일 하다보니 진땀나 

 

*땀이 나 보호안경 안이 성에로 가득차다


벌렸네 마대자루  날개짓 버둥되네 

거꾸로 쳐박으니 꿈틀한뒤 시들하네

행여나 눈 마주칠까 꿈에볼사 두렵네

 

 

*발버둥치는 닭을 마대속으로.


아는가 산란계야 저승사자 행차를

잡는나도 죽는니도 기구한 운명인걸

모쪼록 환생 하려면 불사조 꿈꾸시게

 

 

 *내죄를 어이할꼬.


수매부대 돌아보니 죽은 듯 가만있네

질질끌고 던지고 쌓아놓고 밀어넣고

꽥소리 가끔 훼치고 발버둥도 하련만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머리내민 닭이 보인다.


능숙한 손놀림이 한꺼번에 두세마리

못할짓 이런짓도 자꾸하니 느는구나

그립고나 닭장 밖세상 오분후 기다리네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없던병 생긴연유 따져보니 사람 탓

공연한 가금탓도 말못하니 죽을밖에

저눔 닭 억울한 것은 하늘님이 알런가

 

*피붙이 같은 닭들. 내새끼들.



망상에 젖었구나 들려오네 휴식끝~

들어서니 닭대가리 줄지 않고 그대로네

저치도 많은 닭들을 언제나 처리할꼬.

 



*산 닭의 구덩이, 기가 질린다.



양산은 지난2004년1월 AI로 인해 양계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본데 이어 또다시 4년 만에 이 같은 재앙을 당했습니다.

46농가가 139만여 마리의 닭과 메추리를 살처분하고 있는데 22일에 작업이 종료됐습니다.

 지난 5월14일 고병원성 확인 이후 매일 수백명씩의 공무원, 군인, 일용노무자들이 현장에 투입됐는데 이 기간동안 공무원 1천257명,민간인 1천596명,군 1천25명, 등 모두 3천878명의 인원이 동원 됐습니다.

살처분에 나섰던 사람들은 약간의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계단지 전체에 대한 살처분이 종료됐지만 양산시는 진입도로 11개소에 99명을 배치해 하루 3교대로 방역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살처분 후 1개월간은 무조건 이 규정을 지켜야한다는 전언입니다.

 닭과 메추리들은 이미 모두 매몰됐지만 방역은  계속해야한다니 작업에 나서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짜증스럽겠습니다. 양산의 AI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후기-이글을 올리고 나서 21일밤에 우연히 살처분현장에 투입됐던 양산시공무원과 돼지고기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고생했다고 제일행을 포함해 모두 3팀의   밥값을 제가 부담했습니다. 그들이 팥죽같이 흘린 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또다시 덧붙임

 저의 블로그 살처분가 관련 내용이 5월31일자 경남도민일보 1면,6월3일자 부산일보 12면에 기사화됐습니다.

부산일보 기사 내용입니다.

 

'아는가 산란계야 저승사자 행차를...'
방제 참여 양산 공무원 '살처분가' 인터넷 인기

양산시 상·하북면 일대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해 139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된 가운데 살처분에 참여했던 한 공무원이 쓴 것으로 보이는 총 3행 10연의 '살처분가'가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잇따라 게재되면서 조회 수가 급증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양산시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yangsan.kdgeu.org)에 '살처분자'라는 ID로 개재된 '살처분가'는 '겨우 넘긴 타미플루 매스껍고 어질한데/청정란 생산장소 석회가루 휘날리네/아는가 알파벳 AI 이곳이 살처분장'으로 첫 시작된다.

특히 이 글을 본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생생한 살처분 사진과 함께 이글을 개재해 7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조회 수가 급증하는 등 다른 누리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06.03.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