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소식

밤사이 마을수호신 당집이 사라졌어요

양산 작은 거인 2008. 5. 23. 20:32

 

  한적한 농촌마을인 양산시 원동면 원리 함포마을 삼거리 도로가에는 최근 원색의 프랭카드가 내걸리고 마을이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누가 뿌쌌노! 당산할배 노하셨다.

 

 

*주민분노가 적혀있다

 

 주민들이 신성시해오던 당산제당이 파괴된 것을 안 것은 지난 15일께. 마을 뒷산 중턱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주민을 지켜주던 제당이 하루밤새 사라져 버린 것.

 

 

*흔적만 남긴채 사라진 함포마을 당집


  원리 663-1에 위치한 자그만 당산 제당은 역사가 100여년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철거되기전의 제당 (사진제공 박말태 시의원)


  이 제당은 모양새는 허름하지만 주민들은 지극정성으로 모셔왔다. 매년 음력 정월보름 하루 전과 섣달그믐에 주민들이 모여 제를 지내왔다.

 제주로 뽑힌 인물은 보름간 부부관계도 맺지 않고 부정탈일을 아예 못하도록 했다. 그해에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계속되면 제주의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주민들에게 불려나가

취조(?)를 당하기도 했단다.

 주민들이 얼마나 제당을 신성시 했는지 이 같은 내력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제당쪽에서 마을을 바라본 모습


 이 제당은 건물이 노후화돼 1966년 보수를 했고 2002년 태풍 매미때 피해를 당해 다시 손을 봤으나 서까래가 무너지는 등의 문제가 있어 2004년부터 재건립을 추진해왔었다고 한다.

 그러던차에 이같은 문제가 생긴 것.


 주민들이 제당을 부순 사람을 색출하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지주들이 지난10일과 12일 사이에 주민 몰래 부숴버린 것으로 드러난 것.


 지주는 지난2004년 밭과 임야 2천700㎡를 구입한 부산, 울산의 모씨 자매 2명이다. 특히 한자매는 현직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함포마을 주민들은 동회를 거쳐 지난21일 교감이 근무하는 중학교의 관리관청인 울산교육청을 항의방문 했다.

 

 

*출발에 앞서 노제를 지내고 있다.

 

 항의방문에는 주민 30여명이 참가했는데 주민들은 먼저 삼거리에서 당산신에게 자신들의 불찰을 반성하는 제를 지냈다.

"당산할매, 할배요 우리가 큰 잘못을 했심더. 우짜든지 편안한 자리로 모시끼요. 용서하이소...."

 

 

*버스에 오르시는 어르신들

 

 주민들은 버스에 올라 1시간40분 정도 걸려 울산시교육청에 도달해 해당 교감을 성토했다.

 

 

*우째 이럴 수가 있는 교


 주민들은 지주가 당산을 무단으로 부순 것은 땅을 타인에게 매도할 때 곤란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해치워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2004년8월 땅 매입시 취득자격증명신청서와 영농계획서에는 매입목적을 농업경영 및 주말체험영농으로 명시했으나 실제는 경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투기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당이 헐린 후 마을의 한아주머니가 다리를 다쳤는데 주민들은 부정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누가 비슷한 피해를 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지주측은 주민들과의 협의에서 자신들의 땅 16㎡ 정도를 내놓을 의향을 제시했다.


 박말태 시의원은 "지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정 문제가 있다면 주민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해결점을 모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허물어 버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