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소식

수줍은 산처녀 '얼레지'

양산 작은 거인 2008. 3. 29. 13:50
 

 

 해마다 3월말이 되면 저는 몸살을 앓습니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데

산수유, 매화, 개나리, 벚꽃이 대표적인 봄꽃이지요.

 그러나 저를 산으로 부르는 건 역시 얼레지 꽃입니다.


  

* 수줍어 고개 숙였나, 얼레지 꽃

 

 제가 사는 양산의 천성산에는 봄이면 철쭉,가을에는 억새평원이 유명한 데 봄에 피는 얼레지 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볼거리입니다.



  제가 얼레지 꽃을 "수줍어 고개 숙인 산처녀"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를 볼까요.


 

*연보라 꽃잎이 땅을 향해 고개 숙이고 있다.


 산처녀의 뒤태가 어떻습니까?

 다소곳한 모습이 연상 되시나요?


 얼레지는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공기가 맑고 적당한 영양분이 있는 땅, 햇빛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는 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요.



* "처자 고개를 좀 들어보소"


 이렇게 고개 숙인 얼레지라도 햇빛이 강해지면 해바라기를 하 듯이 활짝 웃습니다.

 

 3월말이 되면 저는 천성산 얼레지를 언제 만나러갈까 고민을 하는데 26일 오후 회사 일을 어느정도 마무리 하고 직원을 꼬드겨 천성산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늘상 가는 얼레지 군락지는 내원사 산문 도착전 식당들이 있는 지점에서 하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3일전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양말 신발을 벗고 계곡물을 건너니 제법 발이 시렸습니다.


 

*얼레지 군락지 뒤로 하천과 식당이 보인다.


 하천변 얼레지를 잠시 살펴본 후 위쪽으로 올라갔다.

 하천에서 남쪽으로 10여m 위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농수로가 있는데 이 것을 길삼아 내원사 쪽으로 올라가면 얼레지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얼레지는 꽃이 만개해도 키가 12~13cm에 지나지 않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꽃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메마른 땅에 짙은 녹색의 넓은 잎이 군락을 이뤄 얼레지는 비교적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얼레지 잎은 나물로도 해 먹는다는데 나는 한번도 먹어보진 못했다.


 

* 하천 가까이 농수로 옆 얼레지 군락지

 

얼레지 꽃을 가까이서 감상해볼까요.

 사람 얼굴에 비해 너무나도 작습니다.


 

 

 

*봄처녀 자태에 넋을 잃은  사내들

      

 위 사진은 저의 모습이고 아래사진은 부하직원입니다.

 거제가 고향인 직원은 연신 감탄하면서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더"라고 말했습니다.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얼레지


 이번 얼레지 사진에서 가장 잘나온 사진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흡사 목이긴 사슴같다고나 할까요.


 또다른 얼레지 모습도 있습니다.

 



                  

                 

특히 '천성산 얼레지'는 태초의 수줍음이 있습니다.

 천성산이 너무나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이 곳 산록에는 비구니의 도량인 내원사가 있습니다.

 

 

 

 

 

 

▶ 창건일 : 646

▶ 소재지 :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291번지 일원


천성산 기슭에 위치한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6.25때 불탄 것을 1958년 수옥비구니가 재건하여 5~6동의 건물이 아담하게 단장되었으며, 현재 70여명의 비구니가 상주 수도하는 명찰이다.
절 아래 4Km정도 뻗어있는 계곡은 소금강이라 불리울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계곡 곳곳에는 삼층바위가 첩첩이 서 있으며 절벽에 소금강이란 글자가 뚜렷이 새겨져 있으며, 병풍모양으로 바위가 길게 뻗어져 있어 병풍바위라 불리는 곳도 있다.